(20)섬진강 물길 따라// 땅 위에 머문 흔적들
처음 김선생님댁을 방문했을 적에는. 들어가다 보면 오른쪽 오지벽돌집. 그거 짓다 만 건축물을 발견해내고 이거 오래 걸리겠다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었다. 공사가 중지돼 있어서다. 자금 사정이든, 인부들 사정이든. 건축이란 바로 지어야 얼른 입주할 텐데. 뜻밖에 복병을 만나면 미준공으로 오래 가고, 방치하다 보면 위법건축물로 존치되어 이행강제금도 부과될 여지가 있다. 그때와 달리 이번에 방문하여 그걸 다시 보자니 반가웠다. 이미 완공되어 그런 기우는 싹 가셨기 때문이다.
농촌에 주택을 건축하려는 용단이란 싶지 않다. 내 친척도 농촌에 농가를 새로 지었는데. 처음 작심할 때는 별장처럼 이용하겠다는 포부도 있었고 희망도 부풀어 올랐다. 태어난 고향이니, 벌초도 하며 산소도 돌봐야 하고 쉬어가야 하니 오죽 좋겠냐 싶었다. 자금을 동원하여 결국 집을 지어놓고 몇 해는 왔다 갔다 하며 주위에 자랑도 하며 좋았다.
그러다가, 이젠 발길을 뚝 끊고 말았다. 미거주 주택은 도시라면 전세라도 놓을 수 있는데, 농가에는 세놓기도 마땅치 않아 결국 애꿎은 자금만 묶인 채 지가는 오르지 않고 마치 폐허처럼 덩그마니 남아 있다. 서울은 그새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많이 오르고 있어 자금 생각만 하면 복장이 터졌다. 인구의 도시 집중화 현상 때문으로, 앞으로도 농촌인구의 유입 저하와, 자녀 교육, 취업 문제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나 역시 농촌에 농가 하나를 신축하려 땅도 마련했지만, 아내가 극구 말렸다. 농가를 지으면 정부 대출도 저렴하고 마을에서도 반기는데, 막상 반겨도 도시인이 농촌에 들어가 살다보면 아무래도 현지인들의 텃세가 있기 마련이다. 자신들은 아니라고 극구 말한다지만, 이미 그런 얘기들은 여러 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어디나 사람 사는 곳이니 부딪히지 않을 수 없는 게 세상 이치지 않나.
해를 거듭날수록 아내 말이 맞아떨어졌다. 그때 농촌에 자금이 묶였으면 어땠을까. 소름이 끼친다. 남성들은 아내 말을 잘 들으면 돈도 번다. 그것은 남성과 달리 여성들의 시각은 남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보는 시각이 매우 현실적이라서 미래를 보는 예측도 남다르다는 걸 느낀다.
사람들은 태어난 곳을 잊지 못한다. 태어난 고향을 잊지 못해 연어처럼 귀소본능이 있다. 멀리 타향 땅에 가도, 자신이 살아온 어릴 적 고향을 잊지 못해 꿈속에서도 찾는다. 이걸 실증적으로 찾아내려면 이산가족이 즐겨 찾는 판문점에 가보라.
문학작품이라든지, 저서면 저서, 사진, 영상, 노래, 그림. 심지어 건물 같은 부동산이라든지... 자신들이 이 땅에 머물다 간 족적은 하나같이 흔적이 된다. 이 땅에 사는 것도 결국 흔적을 만들기 위해 부심하는 꼴이 되는 것이고, 그것들은 후손들에게 기쁨까지 선사해야 한다. 인생은 유한하다는 명제를 누구나 알기 때문이다.
그런 흔적 중에서 사진이나 영상, 음성도 있다지만, 배호 같은 예전 가수는 비록 타계했어도 젊을 적 육성을 그대로 노래로 만들어놓아 지금도 타인에게 즐거움까지 선사하고 있지 않나. 이들 불멸의 가수들이 존경스럽다.
이런 까닭으로 김선생님은 시(詩)로써 이미 성공하신 분이고, 이런 건물 증축은 꼭 필요하다고 스스로 판단하신 듯하다. 지금도 그곳 생가에 문학관이 있다지만, 앞으로 100년 후에 학문적 소양을 가진 3대 후손이 나온다면 《박경리 문학관》처럼 새로운 기념관을 마련할 것으로 예견해 본다.
나는 멀찍이서 이런 상념에 젖어 보곤 하는데. 섬보사 일행들은 구석구석을 바지런히 섭렵하고 다녔다. 대절한 버스로 서울사람을 한 차 퍼놓으니 마치 인해전술이듯 구석을 사진기자들이 누벼대며 각자 사진들을 촬영하기에 바빴다. 귀가하여 카페의 사진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너무나 다양한 시각의 사진들이 나타나 있어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옷감을 고르듯 섬세한 시각을 지닌 여성들이 사물을 투과하여 사진으로 형상화시켰으니 오죽하랴. 대단한 흔적들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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