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트레킹ㅣ3섬진강도보여행

■ 섬진강 도보여행ㅣ섬진강트레킹ㅣ섬진강 물길따라ㅣ데미샘 도보여행

● (24)섬진강 물길 따라// 밥상 내놓는 기술

(24)섬진강 물길 따라// 밥상 내놓는 기술

일할 때도 그렇지만, 여행할 때도 가장 기다려지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밥 때다. 여행한다고 배 속에서 가만 뇌두지 않는다. 여행하더라도 이상하게 허기져서, 오로지 밥시간이 기다려진다. 뱃속에 걸구가 들어앉아 호통 치는지 밥 때는 용케도 알아내서 스멀스멀 갉아댄다. 그래서 어찌 먹을까 요리저리 궁리할 때가 많다. 나만 그런 것일까. 먹는 것보다 더한 즐거움이 또 어디 있으랴만 섬진강여행도 그 예외는 아니다.

사는 맛이란 이런 밥시간이고, 가장 행복한 순간도 밥 먹는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밥상을 제때 잘 차려 주는 여성분을 보면 무척 고맙고 존경스러워진다. 음식 잘 만들어 내는 것도 기술이요, 밥상을 얼른 뚝딱 잘 만들어 내놓는 것 또한 기술이다. 그러나 밥상 잘 차리는 여성분의 솜씨를 첼로리스트나 무용하는 분과 견줄꺼리는 아니라지만, 결코 못하지도 않다고 주장하는 편이다.

오히려 인생의 가장 큰 중심을 이루는 근간은 음식이고, 무용학원처럼 요릿집도 명성을 날리며 영업하고 있지 않던가. 이분들도 뒤에서 뒷바라지 해주는 부모가 용케 떡 버티고 있었다면, 그런 첼로리스트나 무용가보다도 더 유명한 예술가가 되었을지 누가 알겠냐만, 그놈의 돈이 원수라면 원수지. 내 말 틀렸는감.

오리탕 잘 하는 식당이 있었다. 임대료 비싼 대로변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개천가에서도 푹 꺼진 주택가인데, 허름한 집이다. 그 여사장님이 내게,
“저도 애초에 주부였는데, 남편 친구들이 올 때마다 오리탕을 해드렸어요. 그걸 먹어본 친구 분들이 식당 음식보다 더 맛있다고 가게를 내라고 어찌나 야단이던지..”

전라도가 친정이라서, 친정어머니가 하신대로 오리에 생 들깨를 갈아서 끓여드려 봤더니 그게 그렇게 맛나다고 아우성이더란다. 장난삼아 식당을 내봤는데. 그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고 웃으셨다. 나도 몇 번 그곳을 방문하여 맛있게 먹어 봤는데, 딸들까지 합세하여 가족들이 한데 붙어 가게를 꾸리고 있다. 이런 가게도 잘 되면 그곳이 본점이 되고, 자식들이 출가한 뒤로는 2호점, 3호점을 내기 마련이다.

나 역시 농촌 태생이라지만 말이 농촌 태생이지 농촌은 범벅이다. 농촌친구들이 소 뜯기며 꿀 베고 할 때에도 난 낫질도 못할뿐더러 심지어 낫 하나 제대로 잡지 못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일찍 도시로 유학(遊學)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할머니와 같이 살았는데, 할머니가 시장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길을 잊어 버려 파출소 신세로 혼쭐이 난 이후로,
“닭장 같은 도시는 도저히 못 살아.”

이런 곳이 사람 살 곳이냐며, 시골로 내려가 버리셨다. 닥지닥지 붙은 방들도 그만그만 비슷하고, 마치 갇혀 사는 닭장처럼 도시는 답답하시다 하셨다. 이런 탓으로 초교생이 홀로 자취하다보니 어머니께서 해 놓으신 밑반찬이 다 떨어지곤 해서. 어떤 때는 간장에 마가린을 넣어 대충 비벼먹거나, 다마네기(양파)에다 된장이나 고추장을 찍어 맨 밥을 때우고 등교할 때도 있었다.

중학생이 되어 자취할 때도 심지어는 밥에 간장을 붓는다는 걸, 사이다 병에 담긴 검정 잉크가 간장병인 줄 알고 밥에 부어버리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이런 숙맥이 음식에 대해 뭘 알까마는. 그래서 그런지 음식솜씨를 가진 분은 우리 생에서 최고의 장인 정신을 가지신 분이라 칭송까지 해대며 예찬하는 응원군이 되었다.

밥도 잡곡의 종류며 거기에 첨가하는 곡물에 따라 각양각색이고, 그 짓는 용기가 압력솥, 전기밥솥, 돌솥이냐에 따라 그 밥맛도 천양지간인데다, 하물며 같은 된장국이라도 조물거리는 여성들 개인의 손맛에 따라 그 맛도 사뭇 다르지 않던가.

그분들의 옷 고르는 안목이, 그분들의 몸짓이, 그분들의 사고가, 심지어 그분들의 철학이 용해되어 요리가 되므로 한결같이 그 맛깔은 서로 다른 데도. 처음에는 여성들의 요리는 같은 개념으로 인식해 왔던 것이다. 반찬의 맛과 그 모양도, 또 그에 맞춰 배열된 밥상의 형상도 아랑곳없이 그저 먹기만 하면 되는 줄로만 알고, 쉽게쉽게 생각해 온 게 잘못이었다.

밥 때가 가까워지니,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여행이라서 그런 생각까지도 드는 걸까. 아니면, 나만 유난히 이런 상상력을 가져 보는 것인지 모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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