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섬진강 물길 따라// 재첩 까면 손톱이 남아날까
이런 식당이 아니라면 어디서 이 귀한 재첩요리를 접해볼 수 있으리요만. 재첩은 국 뿐 아니라, 재첩전, 재첩숙회, 재첩수제비, 재첩덮밥으로도 그 쓰임새가 다양하다. ‘재첩잡는 선장집’이란 간판부터가 우리에게 신뢰감을 주어 식욕을 돋궈냈다. 가게를 살펴보니 정작 남자 선장님은 보이질 않는 듯 싶다. 아마 오늘도 재첩 잡으러 출항하신 것이 아닐까 그리 생각하며, 설마하니 여선장님? 하하하.
이리 말해 보고 피식 웃었다. 대량으로 잡아 올린다는 원동기 배는 하루에 2톤까지도 채취한다 하니 힘센 남성이 맡아야 할 거 같고, 장화 신고 직접 거랭이로 직접 채취하는 것은 여성일 수도 있으니. 부부 선장님일 수도 있겠다 싶어졌다. 언제인가 TV 방영 중에 나이 드신 아주머님은 이곳 하동으로 시집와 평생을 재첩 잡아 허리가 아프다고 하여, 그럼 후회하시느냐고 여쭤보니 이걸로 먹고 살아와서 오히려 섬진강이 고맙다고 돌려 말씀하시는 걸 보았다.
이처럼 직접 재첩을 잡으러 나갈 때면 긴 장화를 신은 채 1m 긴 막대 긁개가 달린 거랭이(재첩 손틀방)로 강 바닥을 긁어 잡아끄는데. 밑바닥에 걸리는 소리에 따라 드르륵 소리가 나면 돌이요, 좌르륵 소리가 나면 재첩이라 한다. 강 밑이 보이지 않으니 당연히 소리로 분간해야 하니 정신을 집중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원동기로 잡은 것은 껍질이 바스러져 손상이 많아 거랭이로 잡은 것보다 값이 낮다고 한다.
국내에는 참재첩, 콩재첩, 엷은 재첩, 공주재첩, 점박이재첩 등 6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수명은 2~3년, 길게는 8~9년을 생존한다고 한다. 채취기는 봄에 보통 4월에서 6월말이고, 가을에는 9월에서 10월까지며, 크기는 1.2cm 이상 큰 것을 잡도록 정해 놓고 있는데, 어린 종패를 보존하기 위해서란다.
또한, 재첩은 번식력이 왕성해 하룻밤 새에 3대를 본다 해서, 첩을 많이 거느린다는 뜻으로 재첩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우스갯소리가 있고, 민물과 바닷물이 합쳐져 염분이 적은 지점인 기수지역 모래톱의 것을 최고로 쳐주는데 가장 맛나다고 한다.
젓가락으로 속살을 집으며, 이 조그만 재첩을 하나하나 일일이 손으로 깔라치면 손톱이 남아날까 걱정했는데. 그건 내 기우였음을 알게 되었다. 쉽게 까는 요령이 있었던 것이다. 그게 뭐냐 하면, 잡아 올린 재첩은 맑은 물에 12시간의 해감을 거치면서, 속의 모래를 제거시킨 뒤에 10분간 삶으면 알갱이가 자연적으로 둥둥 떠오른다고 한다. 그 10분간이 노하우였다. 너무 오래 삶으면 가라앉아버리기에 둥둥 뜰 때 바로 건져내는 게 요령이라 하는데. 요즘은 진한 국물까지 넣어 팩으로 만들어 출하되므로 큰 마트에서 구입하여 가정에서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좋은 재첩을 선장님네는 날마다 드시는 것일까 생각하다가, 그 고단한 작업을 생각한다면 내 입에 들어가기 무서워 드시지 않을지 모른다는 추론도 하게 되었다.
배 과수원을 경영하는 부부가 있었다. 남이 보기엔 무척 편안한 직업으로 보이지만, 잔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기도 하다. 수확 때 보면 신문지로 싸놓다가 우량종으로만 골라 상품용으로 출하하셨다. 추석이라서 고향에 내려온 외아들에게조차 때깔 좋은 것보다는 정작 벌레 먹은 것을 칼로 도려내 먹이는 걸 보고 깜짝 놀란 내가 물었다.
“아니. 귀한 외아들에게 왜 좋은 걸 안 주시고?”
“한 푼이라도 아쉬운 판에 우리 가족들 목구멍에 넘어갑니까?.”
이 말을 듣는 순간 괜히 물어 보았나 싶어 가슴이 아렸다. 나 먹어보라고 깎아놓은 배를 앞에 놓고도 손이 내키질 않았다. 도대체 우리에게 사는 의미란 무엇이란 말인가?
이래서, 때깔 좋은 우량 과일은 지방 산지보다도 농협이나, 도매시장, 가락시장, 호텔 주방 등으로 직송해 버리니, 좋은 과일을 찾으려면 이런 곳을 찾아다니며 골라야 할지도 모르겠다. 가장 좋은 고급상품은 서울로 서울로 심야에 속속 이동되고 있다. 대학을 다니러 서울로 몰려오듯 돈이 몰리는 서울로 말이다. 돈이 바글거리는 서울.
언제인가 관공서에서 섬진강 주변 식당에 대한 원산지 허위표시 위반단속을 벌여, 세 집 당 한 집 꼴로 국내산과 중국산을 섞어 조리하다가 적발되었다는 발표도 있었다. 재첩은 원산지 표시 대상 품목이기에 위반한 업소는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국물이 진한 국내산에 비해 조개껍질을 벗기면 전문가라도 원산지를 구분해내기 쉽지 않은 점을 악용해 이문을 남기려 무리를 한 모양이었다.
섬진강에서 종패를 잘 가꾸어 우리 것을 지켜내야 할 텐데,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여 재첩도 중국산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현재도 강에서 양식은 한다지만, 언제인가는 이런 재첩도 전복양식처럼 기술이 점차 쇄신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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