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섬진강 물길 따라// 시인과, 그 어머니
고교 졸업 후에 ‘오리 키우기’로 잠시 성공하는 듯 하다가 이내 오리농사를 망해버리고 잠시 서울에 올라갔다가, 다시 낙향한 김용택 시인.
그분 김선생님 얘기를 접하노라면, 밤새도록 들어도 무척 재미날 것 같다. 그렇다고 나는 한 번도 그분과 대면하여 대화한 적은 없다. 이번 진메마을에 가서도 근거리에서 보기만 했을 뿐, 직접 대화를 나눈 적은 전혀 없다. 내게 기회는 돌아오지 않았고, 곁에 접근할 가망도 없어 보였다. 같이 동행하신 여성분들이 사진을 그분과 같이 찍으려 덤벼들어서다. 그러나, 나는 그분 동영상이나 저서로 접하며, 그런 기분이 들었을 뿐이다. 그분은 솔직하고 입담이 좋은 편이다.
얘기로 봐서는 선비풍의 시인이라기보다는 소설가마냥 입담이 걸쭉한 것은 오랜 교직 경험이라 여겨진다. 특히나 자신의 어머니 박덕성 여사에 대해 하시는 얘길 듣노라면, 마치 우리가 초등학생으로 돌아가 동화구연이라도 듣고 있는 마냥 구수하다. 일명 양글이 여사라고 불리우는, 박여사님의 말씀은 바로 시어(詩語)고, 교훈이다. 어쩌면 그리도 전라도 말씨의 구수함을 누룽지로 만들어 더 눌러놓는지, 더 눌러 붙지 않을까 내심 걱정스러울 정도다. 그 표현에 해학이 있고, 재미가 있다.
손자애들은 할머니방에서 양글이 할머니의 쭈글쭈글한 젖을 만지며 잤는데, 이따금.
“할머니! 젖가슴이 왜 이렇게 쭈글쭈글해요?”할라치면,
“너그 아부지가 다 뜯어 묵어서 이렇게 생겼다.”
뜯어먹어, 하는 소리와 함께 까르르 웃는 소리를 들었다고 김선생님은 자신의 저서에 기술하고 있다. 얼마나 솔직하고, 애정 넘치는 가족들의 얘기를 남겨 놓았는가?
이런 점만 보더라도, 예사 사람이 아니다. 대개의 남성들은 공개적으로는 감추기 급급하다. 더구나, 자신의 권위나 품위를 생각해 시래기 같은 구수한 얘기를 돈가스로 만들어내 듯 미화해내기 일쑤지 않나. 심지어 돈 좀 벌었다면 없는 족보까지 만들어 명문 가정이라 우겨대는 미련한 졸부 놈도 세상에는 흔하지 않나.
나 역시 어릴 적에 20대 어머니의 젖가슴보다도 쭈글이 할머니 젖을 만지작거리며 잤던 때가 더 즐거웠던 생각이 난다. 하지만, 내 아이들은 모두들 우유병으로 키워서 이런 추억은 전혀 없다. 우유병만 열심히 삶아대는 아내는 아쉽게도 젖이 나오지 않았다.
시어머니의 점지로 신랑 얼굴도 모르는 상태로 시집온 날. 양글이 여사가 방에 앉아 밖을 쳐다보는데 똑같은 신랑옷을 입은 신랑 둘이 마당에 있더란다.
-저 둘 중에 내 신랑은 누구일까?
그러며, 그 중 잘 생긴 남성이 내 신랑이었으면 좋겠다고 빌었단다. 그날 밤에 그 꿈이 이루어져 무척 좋았다고 자주 말씀하셨다고 한다. 예전 여인치고는 너무 솔직하여 인간냄새가 물씬 난다.
-우리집 강아지도 우리가 귀하게 대해줘야 밖에 나가면 동네사람들도 귀여워 한다.
이런 얘기 하나하나가 모두 시어가 되어, 김선생님도 어머니 말씀을 받아서 그대로 쭉 일기로 적어 놓다보니 어느새 자신이 시인이 돼 있었다고 고백한다. 이러고 보면, 양글이 여사가 오히려 크나큰 시인인 셈이다.
김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다슬기는 새끼들이 어미 몸속에서 자라다가 다 크면 어미 몸뚱아리를 파먹고 나온다 한다. 빈껍데기가 된 어미는 흐르는 물에 조용히 떠밀려간다. 다슬기처럼, 나는 어머니의 가슴을 뜯어먹고 세상에 나와, 비로소 시인이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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