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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진강 도보여행ㅣ섬진강트레킹ㅣ섬진강 물길따라ㅣ데미샘 도보여행

● (27)섬진강 물길 따라// 잔잔한 물결의 하동포구

(27)섬진강 물길 따라// 잔잔한 물결의 하동포구

하동포구에 들어오니, 소나무 무리가 제법 즐비하여 장병들이 제식훈련이라도 받는 듯 우뚝우뚝 서 있는데 송진 향이 퍼지는 듯싶다. 이걸 예견한 선현들의 식목 노고가 있었기에 우리에게 이런 구경거리를 안겨주나 보다. 공 들여 키운 장성한 애들을 바라보듯 아름드리나무들이 자랑스러워 보인다. 나무를 키워내기도 버겁지만, 강가의 소나무 군집은 문득 우리네 자녀를 연상시켜준다.

그늘 아래 접힌 의자를 펼쳐 놓고 어떤 이는 한낮의 오수를 즐기고 있고, 우리 일행들은 각자 흩어져 홀가분한 시간을 가져 보게 되었다. 각자는 무슨 상념에 젖어 산책하고 있을까? 어머니를 생각할까, 자녀를 생각할까? 아니면 자신의 진로며 윤택한 미래를 구상하고 있을까?

저 멀리 섬진강에 쾌속선 하나가 쏜살같이 지나치는데 평화롭기 그지없다. 타고 가는 이도 즐겁고 보는 이도 낭만적으로 보여 부러워진다. 춤추는 물결 위에 은가루가 뿌려 있는 듯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고. 내가 이 동화 속 주인공이나 되듯 황홀경에 젖어 잠시 나를 잊어본다. 이런 마을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이 풍광을 날마다 보지 않을까? 부럽다, 멋진 하동포구.

쌍돗대 님을 싣고 포구로 돌고
섬진강 맑은 물에 물새가 운다.
쌍계사 쇠북소리 은은히 울 때
노을진 물결 위엔 꽃잎이 진다.
팔십리 포구야 하동포구야
내 님 데려다 주오. 〔하동포구 아가씨 가사〕

큰 바위에 음각으로 새긴 ‘하동포구 아가씨’ 노래의 가사가 적힌 기념비에는 영암출신 가수 하춘화 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그분은 어린 7세 때부터 가수로 데뷔하여 벌어들였던 200여억 원의 거금을 불우한 이웃에게 선뜻 기부했던 대단한 기부의 여왕이고, 이 노래는 1972년에 발표된 것이다.

포구엔 예전의 쌍돗대는 사라지고 동력을 단 보트로 바꾸어 있다. 또한, 숲에 황포 돛대를 높이 달아 ‘하동포구’라고 적힌 돛배 모형이 놓여 있고, 강가에는 쇠봉을 박아 난간을 만든 곳에 소로를 만들어 산책길을 조성하였는데, 물 위에 띄워 있는 가건물 하나가 선착장에서 외로워 보인다.

잔잔한 바다 물결이 일렁이는 통영에도 그랬다. 굽이굽이 도는 곳을 친구와 단 둘이 드라이브하며,
“이런 곳에 태어나 유년을 보낸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하며 탄식한 적이 있었다. 그곳 출신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그곳엔 멍게가 있고, 멸치와 굴이 있으며 수산물도 즐비했다. 당연 모든 게 풍족한 곳이라서 인재도 많이 배출되었다. 그곳에 정착한 부모덕에 어려서부터 그들은 일찍 낭만을 누렸을 것이고, 그래서 그런지 그곳엔 청마가 있었다.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탈쟈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그러나 사람들은 모른다. 자신의 자라온 고향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곳인지 말이다. 남이 말해줘야 그 진가를 이내 알아챌 때가 있다. 나는 그 잔잔한 통영 앞 바다에 매료되어 넋을 놓고 멍하니 바라보곤 했는데, 이곳 하동포구도 그렇게 보였다.

이곳 한 쪽에서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가무를 즐기고 있었다. 단체의 단합대회로 보이는데, 이곳이 시골인데도 전혀 시골스럽지 않은 사람들이 넉넉한 모습으로, 마치 도시인들의 출행이듯 유희를 즐기고 있었다. 남성들이 모이는 곳엔 항상 여성들이 합류하게 마련이고. 또 그렇게 여성들의 옥타브가 끼면 엔도르핀이 샘솟아 주변은 활력이 넘쳐나 생기가 돈다. 남녀가 한데 모이면 빛깔이 나고, 사람들의 안면에선 때깔까지도 고와진다.

그들은 음식을 장만해 와 제법 천막까지 쳐놓고 흥겹게 반주에 맞춰 즐기고 있었다. 열심히 일한 분들이 모처럼 즐기는 것 또한 생의 활력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발산일 것이다. 음지에서 놀기보다, 이처럼 양지에서 공개적으로 행사를 치루는 분들은 지역발전을 위해 공헌한 분들이 많고, 지역의 어려운 학생들을 발굴하여 장학 사업을 펼치는 분도 꽤나 있는 편이다. 이분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이곳 기념비 속의 하동포구 아가씨, 하춘화님의 아름다운 흔적처럼 말이다.

길을 걷는 데에 밤나무가 있어, 그 나무를 흔들어도 보고, 또 떨어진 밤송이를 까보기도 하다. 시간은 그늘을 대동하고 야금야금 찾아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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