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섬진강 물길 따라// 갈대밭의 외로운 폐선(廢船)
이윽고, 우리는 하동 고전면 신월리 1450번지 일대에 자리 잡은 신월습지를 지나게 되었다. 마치 바다이듯 섬진강물이 넘실대는 곳의 한 곁에 갈대가 우거진 곳. 이곳에 습지가 잘 보존돼 있었다.
저만치에 강가 갈대숲에 묻힌 폐선(廢船) 하나가 우릴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야밤이라면 마치 귀신이라도 나올듯한 습지. 낡고 찌그러진 데다 기울어진 한 척의 폐선은 내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도대체 저는 뭐에요?”
오늘 처음 본 널 내가 어찌 알까만. 폐선은 묘하게도 고독하고 애처로운 여인으로 보였다. 따지고 보면, 골치 아픈 산업 쓰레기인데도 강 속의 갈대밭 습지에 나뒹굴어져 있으니 묘하게 외로워 보인다. 알록달록 색동옷 입고 시집온 새색시가 어느 날 버림받고 갈 곳 잃어 방황하듯, 어쩌면 저리도 처량하게 보이는 걸까? 아아. 강물 위의 흔들리는 물결에 몸을 맡기고 말이다.
주변에선 제법 운치 있다고 카메라와 핸드폰의 셔터 소리가 바쁘다. 아무 쓸모없이 방치된 폐선 하나도 이처럼 여인처럼 아름다워 보일 줄이야. 여행이란 이런 마력을 가져다주는가.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린 풍광이다. 저 폐선은 그야말로 쓰레기더미인데도 없는 것보다야 훨씬 고즈넉하고 옛스럽다.
갈대 속에 쳐 박힌 저 배는 옛 영화를 다 겪었을 듯 마치 그 지나온 세월을 말해 주는 작태로 보인다. 저 배를 건조하고 처음 인수할 때의 선주 기분은 어땠을까? 첫날밤을 기다리는 신랑처럼 짜릿함과,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한껏 부풀었을 것이다. 어쩌면, 주변 사람들을 불러 모아 용왕님께, 아니면 저 배에게 고사를 지냈을지 모른다.
“제발 아무 사고 없이, 무탈하게 돈을 많이 벌게 해 주시와요.”
물론 없는 돈에 남에게 빚을 내 차용했든, 융자를 냈든 거사 내 알 바 모르겠다. 다만 강을 모르는, 아무 관련 없는 문외한인 선주가 목돈 들여 배를 건조했을 리 만무하고, 저 배로 인해 동그랑땡을 많이 벌어 애들 학교도 보냈을 거고. 그 애들은 장성하여 이 나라 주요 책임자로 역량을 발휘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곳 신월습지는 하동읍에서 고전면 전도리로 이어지는 국도 19호선을 경계로, 하동읍 목도리 횡천강 하류 254,000㎡와 신월리 섬진강변 100,000㎡ 등, 총면적 354,000㎡에 민물과 바닷물이 합류하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원래부터 민물과 바닷물이 합류하는 곳이니 여러 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을 법하다.
이곳은 부산국토관리청에서 무려 192억 원의 사업비를 책정하여 신월리에서 악양면 평사리까지 7.16㎞를 4개 구간으로 쪼개, 각 구간별로 나눠 3개여년 (2009.11.~2013.1.)에 걸쳐 물에 썩지 않는 합성목재를 사용하여 ‘관찰데크’를 설치해 놓았다 한다. 준공된 지 불과 3년이 지난 곳이라서, 우리가 걸어가는 데크는 마치 새 목재를 예쁘게 깔아놓은 듯 깨끗하고 쾌척하여 걷는 발걸음이 가벼워 기분이 좋다.
우리는 습지 위에 설치해 놓은 기다랗게 늘어진 데크 위를 힘을 주어 디뎌도 보고, 팔짝팔짝 앙감질하며 뛰어도 보며, 저편 폐선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없었다. 그리고 바람에 흔들거리는 갈대 군락을 낭만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세상 참 좋아졌다. 이처럼 예산을 투입하여 생태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마련해 준 것도 고맙고, 이런 생태공원이 우리 후손들에게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특히,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도 자연에 대한 교육환경을 선사할 수 있고, 또한 이들에게 꿈을 마련해 준다는 게 너무나 행복하다. 이들이 어서 커서 멋진 생태공원을 이어받아 더 아름답게 가꾸어 나갔으면 좋겠다.
우리는 데크 밑의 생태보존 중인 갈대숲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갈대숲 바닥에서 멸종위기 동물2급이라는 붉은발말똥게를 찾아보곤 하였다. 붉은 발을 가졌고, 말똥냄새가 난다하여 말똥게라고 하는데 바다에서 자라면서 몸통이 변하여 육지로 올라와 산다고 한다. 일행 중에 이렇게 생긴 게를 찾아보라는 말에 다들 고개를 밑으로 내려 게를 찾으려는 모습들이 어린 시절 동심의 세계에 다시금 돌아오듯 눈동자가 초롱초롱하다. 마치 별이 쏟아지는 듯하다.
한 가정의 부모로서, 한 가정의 가장과 주부로서, 한 성인이 아닌. 한 세계의 종족으로서 눈동자에선 호기심으로 별들이 무수히 쏟아져 내렸다. 강물에 쏟아진 별들은 섬진강물을 뒤덮어 사방에서 반짝거렸다. 그 강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배알도로 굿바이하며 내려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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