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섬진강 물길 따라// 뜻밖에 만난 바리스타님!
새벽에 부랴부랴 집을 나서 섬진강 가는 고속버스에 앉아 이제 막 출발하자니, 여성 한 분이 내 곁으로 다가섰다. 손에는 보온병 하나와 그 병에서 분리된 뚜껑을 양손에 쥐고서 말이다. 난 바로 눈치로 간파했다. 이분이 내게 커피를 대접하러 왔다는 사실을.
“아~, 네.”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 내가 알아채고 인사를 나누며, 예쁜 뚜껑을 받아 드니 보온병에서 따뜻한 커피를 따라 주신다. 모락모락한 김이 피어오른 색깔이 범상치 않다. 따뜻한 열기가 손바닥으로 파고든다.
“감사합니다.”
내가 그리 대답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 ‘섬진강 물길 따라’를 연재하던 중, 이전의 내 글을 읽으시며 만나면 차 한 잔 주신다고 댓글로 적어주신 분. 바로 이분이시다. 사이버를 벗어나 막상 현실 세계에서 만나 뵈니 얼굴도 예쁘장하고, 여러모로 귀티 나신 분이시다.
전에도 얘기했듯, 요즘 여행인들은 카메라나 간편한 휴대폰으로 찍은 흔적들을 자신의 블러그에 올려 전파하거나, 거기에 곁들여 양념처럼 몇 마디 멘트도 살짝 올려놓는 편이 유행이지 않는가만.
난. 이런 외형적 품새의 기술이 부족함을 아는 지라 속 편히 느낀 생각들을 서술해 내는 편이다. 어찌 보면 무쟈게 고지식하지 않은가만. 그분들이 외형적 예술사진으로 표출해 내는 것이라면, 나는 내면적 심성에 맞춰 느낌을 드러낸다는 차이만 있을 뿐.
그러나 어쩌랴. 여행 중 느낌을 적은 토막글들이 마치 공중에 뿌려져 분해되는 것만 같아 적어가다 보니 자연 연재물이 되고 있지만, 마침 이분은 요행히 그 글을 접했던 것이다.
대접받은 커피색이 크게 진하지도 않고, 커피 가루만 들어간 듯 약간 흐릿한데. 아.. 난 커피숍에선 아메리카노 커피를 즐겨 찾는 편이라서. 죄송스럽게도 커피에 대해 아는 게 딱히 그것 밖에 없어서 커피 종류에 대해선 숙맥이다. 사실 매장의 메뉴판을 보면 뭐가 뭔지 도통 판단할 수가 없거니와, 그 가짓수도 많고 그 맛들을 일일이 기억해 두는 것조차 여간 귀찮았기 때문이다.
오늘 마침, 이분이 내게 건넨 커피를 받아들고 한 모금 마셔보는데. 그 맛이 진하지 않으면서도 향기롭고 독특하다. 커피라기보다는 감미로운 음료랄 수 있나 싶게 미묘해서. 참 뭐라 표현하기도 딱히 거시기하지만. 이런 커피 맛은 처음이라서 마땅한 어휘를 찾을 길이 없다. 그냥 뭣이냐. 입맛으로 마땅한 표현을 찾아내자면 감미롭다는 것이다. 아아. 이 분 남편은 행복하여라. 날마다 이걸 받아 마실 게 아닌가 말이다.
우연찮게 커피의 고수인 바리스타를 만나 진가를 맛보고. 입에 들어가는 것은 배를 채우는 포식이 아니라, 이런 향기를 찾아내 음미하며 마시는 습성이 쌓이면 마침내 장수하지 않겠나 싶어졌다. 아무튼 이 글을 보시게 될 지 어떨지 알 수 없지만,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싶다.
그동안 내 커피 기호로 치자면야 뭐랄까? 그냥 프림 넣고 설탕 뿌린 자판기 커피. 건물 처마 밑 도처에 널려 있는 커피 쯤으로 선호하는 편이라면 과히 틀리지 않은 편이다. 커피라면 이처럼 단순하던 내가 커피의 다양성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내가 여성 단체들을 많이 접하던 근무지에서의 경험이었는데.
내 방에 찾아오신 분들에게 서먹서먹함을 피하고자 반사적으로,
“커피 한 잔 하셔야죠?”
하며, 내가 커피포트에 물을 넣어 버튼을 누르고 그 물이 끓을라치면. 이랬다.
“제가 타먹을 게요.”
하시며 어떤 분들은 가지고 다닌 가방에서 처음 보는 여러 형태의 커피 봉다리를 제각각 꺼내놓을 때도 있었다.
아. 커피가 이처럼 다양하고, 여성분들 기호도 다양하구나 싶어졌다. 이렇듯 여성들은 개성들이 독특해서 자신들의 기호에 맞춰 커피도 선호하시니 이래서 오래 사시나 보다, 그리 생각되어졌다.
이 커피를 대접받고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 그 뒤에 댓글을 다시 확인해 보니,
“다음 탐방에 제가 맛스런 곡차 한 잔 정성을 담아..”
라고 댓글이 적혀 있는데, 커피가 아닌 곡차로써 차(茶) 앞에 접두어 곡(穀)자가 붙어 있었을 줄이야. 아이고 내 머리야. 이래서 여행이더란 말인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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